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로 공식 추대될 민주당 전당대회가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샬럿에서 개막한 가운데 민주당의 정강이 예기치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정강에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규정했던 기존의 문구가 빠진데 따른 것이다.
물론 정강은 대통령에게 구속력이 없고, 새 강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원들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란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오바마의 거듭된 주장에도 그것이 진심인지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 오바마에게 이스라엘 문제가 여전히 극복돼야 할 과제임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자국의 수도로 여기고 있지만, 미국은 예로부터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의 법적 지위를 국제사회의 협상을 거쳐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두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화당은 즉각적인 공세에 나섰다. 밋 롬니 후보는 성명에서 "민주당 전체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기를 거부한 오바마 대통령의 수치스런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플로리다와 같은 경합주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유대계 유권자들을 오바마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또 여기에는 불과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전이 초박빙의 형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핵심 지역에서의 사소한 변화도 결과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2008년 민주당 정강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예루살렘의 최종적인 지위는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 정치권에서 합의돼 있다"고 돼있었다.
민주당 정강에는 오래 전부터 이와 유사한 표현이 들어 있었고 이는 공화당 정강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에서는 그동안 각 정당의 정강이 특별한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이 정강의 세부적인 내용과 무관할 수도 있고 실제로 정강과 상반되는 정책을 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와 공화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게 되면서 양당 모두 상대 정강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민주당은 앞서 발표된 공화당 정강이 낙태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영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지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간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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